사는 이야기

막걸리의 오덕(五德)과 삼반(三反)]

인강 장은식 2023. 4. 26. 10:02

막걸리의 오덕(五德)과 삼반(三反)




조선조 초의 명상 정인지(鄭麟趾)는 젖과 막걸리는 생김새가 같다하고 아기들이 젖으로 생명을 키워 나가듯이 막걸리는 노인의 젖줄이라고 했다.

 
  조선조 중엽에 막걸리 좋아하는 이(李)씨 성(姓)의 판서(判署)가 있었다. 언젠가 아들들이 "왜 아버님은 좋은 약주나 소주가 있는데 막걸리만을 좋아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이판서는 소(牛) 쓸개 세 개를 구해 오라 시켰다. 그 한 쓸개주머니에는 소주를, 다른 쓸개주머니에는 약주를, 나머지 쓸개주머니에는 막걸리를 가득 채우고 처마 밑에 매어 두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 이 쓸개주머니를 열어 보니 소주 담은 주머니는 구멍이 송송 나 있고 약주 담은 주머니는 상해서 얇아져 있는데 막걸리 담은 주머니는 오히려 이전보다 두꺼워져 있었다.
 
● 막걸리는 오덕(五德), 삼반(三反)의 생명수(生命水) 


1. 오덕(五德)이란?
 
01. 취하되 인사불성일 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一德)이요,
02.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덕(二德)이며,
03. 힘 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三德)이다.
04. 안 되던 일도 마시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四德)이며,
05.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오덕(五德)이다.
 
  * 옛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큰 한잔에 막걸리를 넘치게 부어 돌려 마심으로써 품었던 크고 작은 감정을 풀었으므로 향음주(鄕飮酒)이다. 


2. 삼반(三反)이란?
 
  01. 놀고먹는 사람이 막걸리를 마시면 속이 끓고 트림만 나며 숙취를 부른다 해서 근로지향(勤勞志向)의 반유한적(反有閑的)이요,
 
  02. 서민으로 살다가 임금이 된 철종이 궁(宮) 안의 그 미주(美酒)를 마다하고 토막의 토방에서 멍석 옷 입힌 오지항아리에서 빚은 막걸리만을 찾아 마셨던 것처럼 서민지향의 반 귀족적(反 貴族的)이며,
 
  03. 군관민(軍官民)이 참여하는 제사나 대사 때에 합심주로 막걸리를 돌려마셨으니 평등지향의 반 계급적(反 階級的)으로 막걸리는 삼반주의(三反主義)다.
 

  정인지를 비롯 문호 서거정(徐居正), 명신 손순효(孫舜孝)등은 만년(晩年)에 막걸리로 밥을 대신했는데 병 없이 장수했다고 한다.
 
노인의 젖줄이라 함은 비단 영양 보급원일 뿐 아니라 무병장수의 비밀을 암시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